[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빅히트 1호 가수' '하이브의 정도전',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수식어에 비해 가수 이현의 활동은 영 뜸했다. 길었던 공백기를 가졌던 이현은 2021년 7월 발표한 솔로 싱글 '바닷속의 달' 이후 4년 만, 음반으로는 2012년 1월 발매한 정규 1집 'The Healing Echo' 이후 약 13년 8개월 만에 미니 3집 'A(E)ND'로 돌아왔다. 공백기가 길었으나 이현은 정작 인지하지 못했다고. 이현은 "저도 기사 보고 알았다. '내가 마지막 낸 게 4년 전이야?' 했다. 게으름도 있었고 자신감 부족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곡도 썼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신감이라는 게 제 스스로 그런 것보다 어떤 걸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는 게 컸다. 장르도 그렇고 이야기적으로도 그렇고 '뭘 해야지 내가 적합한 걸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오래 했다. 새로운 걸 해야 되나. 유행을 따라야 하나. 그래서 가이드를 여러 장르로 떴다. 밴드 음악, 록, 발라드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다. 그러다 보니 제가 연습생 때부터 2000년대 R&B를 해왔는데 제 앨범에는 한 적이 없더라. 그것도 의아하긴 했다. '네가 잘하는 것 중에 안 한 게 있는데 그걸 해보자' 해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도전이 아닌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잘하는 걸 하는 것도 너무 어려운 도전이다. 새로운 것들을 해볼 수도 있지만 제 깜냥이 거기까지 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고, 어찌됐건 저 혼자 만족하는 음악이 아니라 대중분들이 들었을 때 용납할 수 있는 범주 안에 들어가야 되고, 오랜만에 나오니까 더더욱 그런 부분에 있어서 섬세한 조절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잘하는 것 중에서 안 해본 것이 있고, 어떻게 보면 저의 근본이기도 해서 2000년대 초반 R&B 소울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E)ND'는 사랑과 이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관계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앨범명은 철자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의미가 상반되는 'AND'와 'END'를 결합해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전한다. 이현은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을 비롯해 'Day & Dream' 'What’s On Your Mind' 'Tree of Life' '너에게 (마중 pt.2)' 등 5곡의 작사를 맡아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가사에 녹여냈다. 이현은 "이번 앨범은 사랑이라는 얘기로 이해될 수 있고, 그 안에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오랜만에 나왔기 때문에 팬들에 대한 얘기도 있다. 이야기적으로는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녹여내려고 했다. '지금 시대의 사랑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자전적인 내용은 4번 트랙 'Tree of Life'에 담겼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곡이다. 이현은 "발라드에 쓰지 않을 법한 것들이 들어가 있다. 제주 해녀 얘기를 다룬 '물숨'이라는 다큐를 봤다. 저도 물숨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쉬어선 안 되는 숨, 죽음의 숨, 욕망의 숨이다. (해녀가 들어갈 수 있는) 물 수심이 하군, 중군, 상군이 있다. 근데 그게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85세더라도 처음에 내가 중군이었으면 중군인 거다. 그 깊이만 들어가야 하는 거다. 내가 가진 것, 자연에 순응하는 거다. 거기서 욕심을 내서 자기 숨보다 더 오래 참으면 물숨을 쉬어서 죽게 된다. 그런 것들을 저한테 투영해서 적은 게 'Tree of Life'다. 은유적으로 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은 '내가 가진 것에 순응하는 것'에 대해 "'슬램덩크' 보면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습니까?'란 대사가 나오지 않나. 저한테는 2000년대 에이트 시절, 2010년 그 즈음인데 그게 뭐라고 제가 놓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 같은 부분이 있더라.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라며 "마치 꽃이 떨어지고 빛을 받으면 꽃눈이 생기고 꽃이 피지 않나. 지금 내가 이 꽃을 놓아줘야 새로운 꽃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나온 노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타이틀곡은 '이쯤에서 널'이다. 지키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한 시간과 그 끝에서 마침내 놓아주기로 결심한 순간의 아픔을 담은 노래다. 이현은 "처음에 러프하게만 돼 있는 상황에서 들었는데 '이렇게 이렇게 디벨롭 되면 나한테는 반 발자국 앞서간 것이 될 수 있겠다'는 게 직관적으로 와닿았었다. 맨 마지막에 '그래도 잘 살아내볼게'라는 어구가 나오는데 그게 제일 먼저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데 그래도 난 나의 생을 잘 살아왔고,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현은 '이쯤에서 널'의 가사가 잘 보였으면 했다고 전했다. 이현은 "이 노래를 작사할 때 굉장히 복잡한 시추에이션을 저 혼자 그리면서 썼다. 겉으로 표현되는 건 '나 너무 힘드니까 이쯤에서 널 놓아줄게' 이건데, 제가 생각했던 속 내용들은 사랑에 있어서의 그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일로 힘들어하는데 사랑이라는 건 내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겨낼 수 있고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하고 옆에 있는 건데,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고 그래서 내 곁에 있는 게 힘이 안 되는데 그럼 나의 사랑은 뭐지? 그럼 이쁘게 사랑했던 순간이 있고 그거만으로 충분하니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널 놓아주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런 서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사실 '이쯤에서 널'에서 가장 제가 좋아하는 가사는 맨 마지막에 나오는 '그래도 잘 살아내볼게'다. 어찌됐건 간에 헤어진다는 게 슬픈 일이지만 슬픔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와 있었던 행복했던 그 시간을 충분히 생각하고 잘 살아내볼게' 그런 의미다. 그래서 '잘 살아내볼게'가 애닳게 들리는 것 같다"며 살짝 눈가가 붉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현은 앞으로의 음악 생활. 슬기롭게. 첫 번째는 14년 만에 나오는 이렇지 않고. 꾸준하게 얼굴 비칠 수 있을 때 최대한 자주. 여러 가지들을 보여드리고 싶고. 그래야 되는 것 같다.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상당히 팬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쑥스럽기도 어떤 가수로 기억됐으면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그때마다 다르다. 지금 생각나는 건 이현은 항상 그래도 조금은 새로운 걸 하는 애다. 인식이라고 해야 될까. 쟤는 아예 뻔한 건 안해. 그래서 하이브에 있는 게 도움이 된다.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이 하고 싶다. 너무 오랜만에 나왔다 보니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게 이쪽저쪽 많이 돌아다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