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보다 기억값…아이돌 자컨, 이제는 '캐릭터 싸움' [ST취재기획]

입력2026년 08월 19일(수) 09:31 최종수정2026년 08월 19일(수) 09:31
리센느 / 사진=더뮤즈엔터테인먼트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아이돌을 발견하는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음악방송이나 예능을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리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유튜브와 쇼츠 속 짧은 영상 하나가 새로운 '입덕'의 계기가 된다. 자연스럽게 아이돌 자체 콘텐츠, 이른바 '자컨'의 역할도 달라졌다.

최근 그룹 리센느의 상승세 역시 이런 흐름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리센느의 사례가 곧 '자컨=성공'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에는 제작비와 인력이 필요하고, 모든 팀이 같은 방식으로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지금의 자컨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가 아니다. 콘텐츠를 통해 멤버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게 만드느냐, 즉 '캐릭터'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 사진=빅히트 뮤직

◆ 팬서비스에서 '발견의 창구'로

자컨의 가장 큰 변화는 이미 팬인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에서 팬이 아닌 사람들을 끌어오는 콘텐츠로 역할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달려라 방탄', 세븐틴의 '고잉 세븐틴', 아이브의 '1,2,3 IVE', 에이티즈의 '원티즈' 등은 이미 대표적인 아이돌 자컨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활동 비하인드나 일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예능형 포맷을 통해 멤버들의 성격과 관계성을 드러내며 콘텐츠 자체로 팀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리센느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처럼 멤버의 캐릭터와 관계성을 콘텐츠 전면에 내세우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처럼 자컨은 단순히 무대 밖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팬서비스를 넘어, 콘텐츠 자체가 새로운 팬을 만나는 접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 A씨는 "과거에는 자체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기존 팬들이 주로 찾아보는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비팬에게 그룹을 알리는 수단으로도 역할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숏폼은 비팬이 아이돌을 처음 발견하는 '입구'이며, 자컨은 그 관심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A씨는 "숏폼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 멤버들의 매력과 관계성을 알아가며 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자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 조회수가 아니라 콘텐츠를 본 사람이 멤버와 팀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A씨는 "멤버 각자의 매력뿐 아니라 멤버들 간의 관계성과 팀만의 색깔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티즈 / 사진=KQ엔터테인먼트

◆ 중소기획사에는 '홍보 창구'

외부 노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그룹들에게 자컨은 선택적인 팬서비스를 넘어 아티스트를 직접 알릴 수 있는 현실적인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

연예기획사 관계자 B씨는 "자체 콘텐츠는 아티스트를 알리는 홍보 수단이자 팬들과의 중요한 소통 창구"라며 "음악 활동만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와 그룹의 관계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컨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나 소재가 다른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나의 영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쌓고 이후 활동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자컨의 경쟁력이 제작 규모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B씨는 "제작 규모나 장치보다 멤버들이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인지, 각자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기획한다"고 설명했다.
세븐틴 /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 자컨이 '만능 홍보수단'은 아니다

자컨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자컨을 많이 만들면 성공한다'는 접근에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리센느의 사례가 자극이 될 수는 있지만, 소속사 입장에서는 자체 콘텐츠가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신인 그룹들이 너도나도 자체 콘텐츠를 요구한다고 해서 모든 팀이 같은 방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에는 인력과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자컨의 필요성과 투자 효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보대행사 관계자 C씨 역시 자컨의 효과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C씨는 "자컨 자체가 홍보에 큰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팬서비스와, 다른 팀이 모두 하니 해야 한다는 느낌도 있다"며 "직접적으로 음원·음반 순위가 오르거나 새로운 팬덤이 크게 유입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신인 그룹은 자컨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자컨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C씨는 "이미 팬들이 많은 그룹을 제외하고 냉정히 신인들 콘텐츠에는 관심이 없다"며 "자컨과 별개로 바이럴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이브 /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중요

자컨이 일상적인 콘텐츠가 된 지금, 단순히 업로드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대중의 시선을 붙잡기 어렵다.

인기 자컨의 공통점은 콘텐츠의 규모보다 그 안에서 멤버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고잉 세븐틴'처럼 멤버들이 특정 포맷과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티키타카를 보여주는 콘텐츠는 멤버 개개인의 성격은 물론 팀 안에서의 관계까지 콘텐츠의 재미로 연결한다. '달려라 방탄' 역시 멤버들의 서로 다른 반응과 관계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무대 위 이미지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리센느의 '안원잘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원이 개인의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멤버들이 함께 등장하며 각자의 성격과 관계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단순히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멤버인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콘텐츠의 포맷보다 중요한 것은 그 포맷 안에서 무엇이 만들어지느냐다.

B씨는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포·추리·전문 체험 등 아이템 자체의 재미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C씨 역시 "자컨의 장점은 장르, 포맷, 장소, 비용 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어떤 그룹을 따라하기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도전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결국은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리센느 미나미, 제나 / 사진=유튜브 안원잘부 캡처

◆ '자컨의 시대'에서 '캐릭터의 시대'로

자컨 시장의 경쟁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게 만들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숏폼은 비팬이 아이돌을 처음 발견하게 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 자컨은 그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멤버의 이름과 얼굴, 관계성과 매력을 익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자컨 자체만으로 팬덤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리센느의 상승세는 '캐릭터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미나미가 '거제 야호'를 외치는 갸루 캐릭터로, 제나가 '신라공주' 캐릭터로, 리브와 메이가 '리트와 메트'라는 조합으로 주목받는 것처럼, 콘텐츠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와 관계성이 멤버의 이름과 함께 기억되고 있다.

단순히 '리센느라는 그룹을 안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나미는 이런 멤버', '제나는 이런 멤버'라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이다. 자컨이 팀을 알리는 수단을 넘어 멤버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게임을 하고, 비슷한 예능 포맷을 활용하더라도 어떤 멤버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멤버들 사이에서 어떤 관계가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기억값은 달라진다.

그래서 이제 자컨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에 있지 않다. 멤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와 팀의 관계성, 그리고 이를 끌어낼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아이돌 자컨은 이제 무대 뒤의 부가 콘텐츠를 넘어 또 하나의 무대가 됐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결국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사람'​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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